시니어브리지뉴스[히어로즈 탐방] 자연과 사람, 시니어와 소외계층을 잇는 따뜻한 발걸음… 히어로즈 커뮤니티 ‘하모니여정’

은퇴 후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공헌으로 연결하는 시니어 커뮤니티

1:1 동행여행부터 생태관광·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즐기는 여행’을 넘어 ‘가치를 만드는 여행’ 실천


은퇴 후의 삶은 흔히 ‘여유롭게 즐기는 시간’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누고, 자연과 지역사회를 위해 다시 사용하는 시니어들이 있습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을 살리며 자연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실천형 시니어 커뮤니티 ‘하모니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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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여정은 단순한 친목 중심의 여행 모임을 넘어 ‘사람과 자연, 지역과 세대를 연결하는 여행’을 지향합니다. 

특히 여행에서 소외되기 쉬운 다문화 가정과 독거노인 등에게 여행의 기회를 나누는 한편, 생태관광을 통해 지방의 자연환경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시니어브리지아카데미 37기 5명의 멤버들이 뭉쳐서 시작한 하모니여정은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과 산은나눔재단이 지원하는 ‘2026년 히어로즈 커뮤니티’에 선정되면서부터입니다.


여행을 갈 수 없는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다


하모니여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누구와 함께 여행하느냐’입니다. 우리에게 여행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면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즐거움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신체적인 제약 때문에, 또는 문화와 언어의 차이 때문에 여행은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하모니여정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행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우리가 먼저 다가가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역 복지관과 다문화센터 등과 연계한 ‘1:1 동행 여행’입니다. 봉사자가 일방적으로 안내하는 방식이 아니라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직접 매칭되어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합니다. 길을 안내하고 설명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낯선 장소에서 불편함은 없는지 살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사진을 찍고, 함께 웃습니다. 때로는 여행 안내자보다 다정한 말벗이 되고, 든든한 친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입니다. 경복궁에서 피어난 세대와 문화의 따뜻한 만남.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현장이 지난 8월 30일 진행된 경복궁 초청 궁궐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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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0일 다문화가족을 초청한 경복궁 궁궐여행


이번 고궁투어에는 안산 향촌초등학교 나연준·나유준 어린이와 개봉초등학교 함유찬 어린이, 고척초등학교 조빈 어린이  등 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가족들이 참가했습니다. 경복궁이라는 역사적인 공간에서 아이들과 가족들은 하모니여정 단원들과 자연스럽게 짝을 이뤘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할 수도 있는 만남이었지만 함께 궁궐을 걷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졌습니다.

단원들은 참가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궁궐 곳곳을 안내하고, 사진을 찍어주고, 아이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특히 해외 주재원 출신이자 궁궐길라잡이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고 단원(37기)의 재능기부 해설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습니다.


궁궐의 건축물 하나, 오래된 돌담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들으며 아이들은 우리 역사와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의미는 문화해설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가족과 시니어 봉사자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걷고,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우리 사회의 작은 통합의 장이 됐습니다. 여행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현장이었습니다.


“시니어의 경험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산입니다”


하모니여정의 활동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시니어의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각자의 삶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여행이라는 플랫폼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하모니여정의 중심에는 전국 243개 지자체를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을 경험한 환경부 자격 자연환경해설사이자 국내여행안내사 최순성 대표가 있습니다. 최 대표는 오랜 기간 전국 곳곳의 자연환경과 지역문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쌓은 현장 지식을 바탕으로 생태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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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는 이동고 단원(37기)


여기에 교사 출신으로 현장체험학습 안전요원과 교육기부 봉사활동을 해온 김만성 단원, 청소년 수련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안정적인 진행을 담당하는 윤수현 단원, 38년간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며 축적한 조직 및 봉사 경험을 가진 김병철 단원, 궁궐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는 이동고 단원 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입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배운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자.”


이것이 하모니여정이 말하는 시니어의 새로운 역할입니다.


은퇴했다고 해서 경험과 능력까지 은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 축적한 전문성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잇는 여행에서 자연을 살리는 여행으로 하모니여정의 활동 영역은 사람을 위한 동행여행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핵심 축은 ‘착한 생태관광’입니다.


기후위기와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을 여행하면서 자연을 훼손하기보다 보호하고,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여행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환경부가 지정한 전국 생태관광지역 협의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하모니여정이 생각하는 생태관광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가는 관광이 아닙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고,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이해하며, 여행을 통해 지역에 경제적 도움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지역의 농산물과 특산품, 로컬푸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대형 관광지에서 소비를 끝내는 관광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여행을 지향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여행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여행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여행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여행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지방소멸 시대, 여행이 지역을 살리는 작은 힘이 되도록 하모니여정이 생태관광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또 하나의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바로 지방소멸입니다.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지역의 상권이 위축되고, 청년층이 감소하며,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지켜갈 사람마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구가 감소한 지역에는 도시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뛰어난 자연환경과 고유한 문화,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모니여정은 이 자원을 ‘관광’이라는 방식으로 새롭게 연결하고자 합니다. 지역을 소비하는 관광객이 아니라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함께 지켜주는 여행자가 되는 것입니다. 여행자가 지역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지역 특산품을 구입하고,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듣는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하모니여정이 꿈꾸는 생태관광은 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여행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좋은 커뮤니티’부터 만든다는 것


하모니여정은 활동의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자체 워크숍을 열고, 9월중에는 인천 강화도의 석모도 등을 중심으로 생태여행 워크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부 산하 한국생태관광협회 등 관련 분야의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해 생태관광과 환경, 지역문화 등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여행을 잘하는 것과 좋은 여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안전관리, 해설, 환경보호, 지역문화 이해, 참가자 소통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합니다. 하모니여정은 이런 역량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습니다.


‘많이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을 먼저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쌓은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보다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전환


하모니여정의 꿈은 단순히 회원이 많은 여행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독립적인 비영리법인이나 협동조합 형태의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는 현장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한 번의 궁궐 나들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연 속에서의 하루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 여행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은퇴 후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했던 시니어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의미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모니여정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여행을 통한 관계의 회복’입니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고, 지역과 도시의 관계를 회복하며, 세대와 세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여정의 시작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시니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오랜 삶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어떻게 사회의 자산으로 다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하모니여정은 그 질문에 하나의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은퇴한 여행 전문가가 지역의 자연을 이야기하고, 전직 교사가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며, 금융기관에서 오랫동안 일한 시니어가 조직과 봉사의 경험을 나누고, 문화해설사가 우리 역사와 문화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의 손을 잡고, 자연을 걸으며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내가 가진 것을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것.

그것이 하모니여정이 만들어가고 있는 ‘인생 2막의 새로운 여행법’입니다.


하모니여정이라는 이름에는 ‘Harmony’, 즉 화음이라는 의미


서로 다른 음이 만나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듯,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시니어들이 각자의 경험과 재능을 나누고, 소외된 이웃과 지역사회, 자연을 연결해 새로운 화음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결국 다시 나 자신을 만나는 여행. 하모니여정의 발걸음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낼지 기대됩니다. 자연과 사람, 시니어와 소외계층이 함께 걷는 그 길의 끝에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함께 사는 삶’의 의미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병석 두드림 기자